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 자 :김진혁
  • 출판사 :들녘
  • 출판년 :2014-04-3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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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Paradise!”



17년 전 프랑스 청년 씨어리는 무한경쟁의 도시사회에서 무한자유를 꿈꾸며 저항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원초적인 자유였다. 그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 직장도 다니지 못하는 그는 누가 보아도 한심한 현실 부적응자일 뿐이었다. 1986년,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방황하던 씨어리는 고향인 마르세유를 떠나 필리핀에 도착한다. 그리고 필리핀의 3천여 개의 무인도를 헤매며 1년여를 떠돌았다. 마침내 자신의 터전으로 삼을 무인도를 발견해 단돈 8백만 원에 사들였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03년. 꽃섬이라는 이름의 그 무인도는 이제 씨어리와 그의 아내 로즈 그리고 일곱 명의 아이들이 사는 멋진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창문을 열면 푸르른 바다가 밀려들고,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 지천으로 널린 싱그러운 과일과 싱싱한 생선들……. 그늘 밑 해먹에 누워 눈을 감으면 시간조차 멈춘 듯하다.

그러나 그에게는 해마다 쑥쑥 커가는 자식들과 자급자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상이 있다. 20여년 전, 무한자유를 찾아 꽃섬에 둥지를 튼 씨어리! 그는 과연 파라다이스에 이르렀는가?





꽃섬, 그들만의 역사



씨어리와 로즈는 우리 돈으로 약 8백 만원을 주고 마닐라에 거주하는 주인으로부터 꽃섬을 샀다. 그로부터 지금껏, 부부는 한결같이 섬을 가꾸고 있다. 섬을 조금씩 개간해 밀림을 없앴고, 바나나와 코코넛 그리고 망고 나무를 심었다. 제일 먼저 지은 안채 뒤뜰엔 돼지와 닭을 키웠다. 그로부터 몇 년 후에는, 아담한 코티지(Cottage)를 1년에 한 채씩, 모두 다섯 채 지었다. 대왕조개로 욕실의 세면대를 만들었으며, 침실은 나무줄기를 손수 엮어 장식했다.

오지를 찾는 전문 여행자들에게 꽃섬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 섬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다. 필리핀의 관광 성수기는 보통 11월에서 2월까지다. 오두막은 오직 그때라야 손님맞이에 바쁘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5채의 오두막이 손님으로 모두 채워지는 날은 거의 없다. 씨어리와 로즈는 한 채 당 하루 60불 받는 숙박비를 저축하여 1년 생활비를 해결한다. 어른 둘에 아이들 일곱 명이 생활하는데 그 돈이면 충분할까? 씨어리의 말대로, “단순하게 사는데 만족한다면.”





씨어리와의 인터뷰



Q:섬을 개간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았을 텐데.

A:우리는 여기 있고 싶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계속하든지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로즈와 나에겐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르고, 정리하고, 심고, 자르고…. 처음엔, 이곳이 정말 우리가 원했던 곳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자르고 잘라도 정글은 늘 그 자리에 있고, 알 수 없는 동물들도 맞닥뜨려야 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Q:정말 힘든 시절이었겠다.

A:그렇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힘든 일들을 즐겼던 것 같다. 만약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면, 그렇게 즐겁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순한 얘기다. 노력해야만 뭔가를 얻을 수 있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꿈을 꾸지만, 한달 뒤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만만치 않은 일이란 걸 늦어도 한달 뒤엔 깨닫게 되니까(웃음).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일했다. 나는 일을 그만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해가 지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에 곯아떨어지곤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는 커피를 마시며, 내가 일한 흔적들을 돌아보는 게 좋았다. 보면서, ‘와우! 여기까지 했구나….’

일 년 동안 그런 생활을 계속했다. 사실 그때 무척 행복했다.



Q:지금까지 몇 그루나 나무를 심었나?

A: 나의 기록에 따르면 2만 그루가 넘는 나무들을 심었다. 나무심기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Q:고향이 그립진 않은가?

A:나의 고향은 꽃섬이다. 물론, 나의 옛 고향은 마르세유다.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진 말이다. 그렇지만, 당신 같으면 17년 동안이나 한 번도 가지 않고, 그곳을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가? 마르세유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더 이상 나의 고향이 아니다. 나의 고향은 여기다. 그래서 마르세유엔 가지 않는 거다.



Q:이곳에 와서 후회한 적은 없나?

A:내 기억으로는 없다. 있었다면 기억하겠는데, 기억에 없으니 그냥 단지 지나가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Q:주로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나?

A:손님들이 두고 가는 신문이나 잡지책을 이용한다. 가끔 형과 친구들이 프랑스에서 책과 잡지들을 보내온다.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함께 (그것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그런 식이다.



Q:아이들이 (학교를 안 다니는데), 뒤처질까 걱정되진 않나?

A: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조이와 마르비나는 기본적인 것들을 배울 만큼은 학교에 다녔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이 섬에서 다 배우고 있다. 당신들과 지냈던 며칠 동안, 내 아이들은 또 뭔가를 배웠을 거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아이들은 배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내 자식들은 해낼 것이다.



Q:아이들이 꽃섬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하진 않는가?

A:아이들은 꽃섬에서 행복해하는 것 같다. 만약, 나는 행복한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면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까지, 아이들이 꽃섬이 싫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배를 타고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갈 때면, 아이들이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나는 이미 뭔가를 느낀다. 아이들은 나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내에 볼일이 있을 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을 가둬둘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Q:아이들이 (꽃섬) 밖에서 살고 싶어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A: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어디서 살겠는지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누구랑 살 것인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그들의 이유가 합당하다면 보낼 것이다. 아이들을 여기에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다.



Q:씨어리, 당신에게 파리다이스의 조건은 무엇인가?

A: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런 옷차림으로 다니는 거다. 딸랑 바지 하나! 물론 팬티는 입었다(웃음). 신발도, 티셔츠도 필요 없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잠 잘 때는 옷을 다 벗고 잔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6개의 바지 중에 하나를 골라 입는다. 수영을 하고 나면, 입었던 바지를 벗고 다른 바지로 갈아입는다. 양말도 안 신고, 시계도 안 차고…. 좋은 날씨와 주위의 좋은 사람들, 내 아내, 여기를 찾는 손님들…. 그게 전부다.



Q:그건 그렇고, 당신은 정말 지겹지 않은가?

A:안 지겹다. 물론 그럴 때도 있는 데 좀 틀리다. 우울증이 걸릴 정도의 지겨움은 아니다. 그럴 경우에는 책을 한 권 읽는다. TV는 필요 없다. 좋은 책 한 권이면 된다. 내가 아는 것은, 난 여기에서 할 일들이 있다는 거다. 배를 고치거나 여지저기 손봐야 할 것들이 있다.



Q:그렇다면 꽃섬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A:난 단지 여기 잘 왔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Q:꽃섬에서 당신이 느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A:그것은 자유(Freedom)다. 그리고 자유로움으로 인한 행복!



Q:이 세상에 파라다이스는 있는가?

이 세상에 파라다이스는 없다. 그것은 이미지일 뿐이다.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



씨어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았고 그것과 정면 승부했다. 씨어리는 자기 내부의 깊숙한 욕망을 따랐다. 씨어리의 가장 깊숙한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씨어리는 부적응자였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프랑스의 교육은, 서양의 교육은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씨어리는 이런 환경에서 그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걸러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욕망을 비교하고 어떤 욕망을 궁극적으로 원하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가 깨달은 자신의 가장 큰 욕망은 놀랍게도 욕망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갖는 크고 작은 욕망들을 사회로부터 억압받지 않기를 원했다. 누가 시켜서, 규칙이어서, 법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것! 어느날 그에게 기회가 왔고 그는 그 기회를 현실로 바꾸었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정확하게 찾아냈고 , 노력과 투쟁에 의해 그가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씨어리의 삶에는 두 가지 모습이 다 있다. 그는 절제한다. 더 큰, 더 화려한 집을 원하지 않으며 더 호사스런 밥상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반면 그는 자기 내부의 또 다른 욕망을 위해선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어리와 우리에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씨어리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는 출근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즐기며, 살기 위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는 무한 경쟁의 세속도시를 떠났다. 하지만 떠났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았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씨어리에게 꽃섬은 파라다이스이다. 꽃섬은 그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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