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쾌락

꽃의 쾌락

  • 자 :김세호
  • 출판사 :매직하우스
  • 출판년 :2018-07-04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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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학의 정점,

시가 말하지 않은 성은 은닉

시에 성(性)을 담다.

〈서문〉 전문



벚꽃나래

소녀는 줄곧 환희에 차 있었다. 휘날리는 밤의 벚꽃 보며….

달빛이 벚꽃에 투영되어 맑고 찬 기운이 느껴졌다. 봄바람은 혼자 맞아도 괜찮아. 가을바람은 벗들과 무리지어 다 같이 맞아도 외롭지. 어느새 쌓인 눈처럼 땅에 벚꽃잎이 수북하다.

눈밭 위를 걷는 것과는 다르게 벚꽃잎을 밟을 때면 아스라한 슬픔이 느껴진다.

소녀는 벚꽃잎 하나를 주웠다. 약지손가락 손톱과 딱하니 맞다.

어느 누가 흘렸을꼬! 닭똥 같은 눈물….

벚꽃 휘날리는 밤이면 가을에나 불법한 스산한 바람이 분다.

세상의 모든 꽃. 왜 꽃이 질 땐, 피어날 때만큼 아름답지 않을까!

황혼에 물든 태양, 다 이룬 꿈처럼……

아마 꽃은 마지막이라 그럴 거야.

동트는 해처럼 꽃도 다시 피면 좋겠어.

진분홍 떠오르는 꽃잎 보며 인사 건넬 수 있게….

도시의 아스팔트에 때 묻히긴 싫다. 바람에 벚꽃잎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흩어졌다. 피날레에 접어든 벚꽃과 가장 좋은 작별은 무얼까! 소녀는 벚꽃잎을 먹었다. 도시의 기운이 그새 그 작은 꽃잎에 스며들어 쌉싸래 싸늘하다. 꽃잎은 돌이라 눈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이제 발밑에 흐드러진 꽃잎들이 성가시게 군다. 기다렸다는 듯이 야광색 윗옷을 번쩍거리며 거리의 청소부가 하나둘 나타난다. 휘날리는 벚꽃 맞으며 환희에 찬 기억은 이내 사라지고 소녀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다.

왜, 꽃의 쾌락은 순간일까





꽃은 모든 예술의 단골 소재이다. 그렇기에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시인들이 시를 소재로한 작품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세호 시인처럼 시집 전체를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발표한 것은 드물다.

꽃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열매를 맺기 위한 전 단계이다. 꽃을 통해 나무(식물)는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는다. 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유혹이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은 그 유혹에 빠져든다. 그래서 꽃은 사랑을 표현하는 은유와 상징이다.

김세호 시인의 이번 시집은 꽃에 대한 은유와 상징으로 넘쳐난다. 아름다운 꽃의 모습에 머물지 않고, 꽃이 내뿜는 향기(유혹)에 주목한다. 꽃은 자신의 향기로 벌을 유혹하고 바람을 유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중 겨우 열흘 붉은 날의 유혹. 그 짧은 순간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집은 섹시하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꽤 섹시한 것을 포함하는 것처럼. 꽃을 통해 인간의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인간의 사랑이 갖는 많은 스펙트럼 중에서 성(sex)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랑의 영역 중에서 성은 매우 은밀한 영역이다. 그 은밀함에 대해 얘기할 때는 화자나 청자나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솔직해지기 어려운 영역이다.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싸구려 냄새가 난다. 그만큼 솔직하면서도 싸지지 않기가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이 시집은 매우 솔직한 시집이다. 그러면서도 꽃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매력과 함께 한다. 꽃이 갖고 있다는 은유와 상징이 제대로 표현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꽃에겐 피는 일도 지는 일도 온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소중한 삶의 순간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다. 그만큼 꽃의 쾌락은 짧다. 사랑의 절정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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