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구제역, 사스, 메르스… 세상에 나쁜 세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모든 미생물과 무조건 싸우려고만 할까?
나쁜 세균도, 착한 세균도 인간 하기 나름이라는데…
인간과 미생물의 달콤한 동거를 위한 첫 미생물 수업
미생물 박사 김응빈 교수가 미생물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과학 교양서 『나는 미생물과 산다』가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미생물 관련 국내 대중서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연세대 김응빈 교수가 20년간 학생뿐 아니라 대중들에게 강연한 미생물 이야기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풀어 썼다. 과학을 잘 모르는 독자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사진, 그림, 도표, 그래프 등 시각 자료도 풍부하게 담았다. 또한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병원내 감염이나 조류독감 등 미생물과 관련된 시의성 있는 주제부터 지구에 산소를 처음 선물한 시아노박테리아, 아기의 면역계를 형성하는 모유 속 비피도박테리아, 방사능을 잡아먹는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 범인 DNA를 분석해 내는 테르무스 아쿠아티쿠스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생물 이야기까지 유익성과 재미를 동시에 살렸다. 과학 지식이 많지 않아도 편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친절한 미생물학 입문서다.
이렇게 쉽고 유익한 미생물 이야기는 없었다!
인간은 미생물 없이 단 1초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우리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와 함께 약 1000조에 달하는 미생물 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싫든 좋든 미생물 세계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 여기에 선택의 자유란 없다. 왜냐하면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 인간의 삶도 끝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려면 나 자신만 생각할 수 없다. 함께하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상대를 조금 더 안다면 그만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미생물의 존재를 너무 무시하거나 괄시해 왔다. 그래서 조류독감, 구제역, 사스, 메르스 등 바이러스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모든 미생물을 박멸해야 할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것이 인간에게 더 큰 위협인지도 모르고!
인간과 미생물의 달콤한 동거를 위한
미생물 박사의 쉽고 재밌는 미생물 수업!
이 책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인 미생물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미생물을 의인화하여 대장균, 레지오넬라, 한탄바이러스 등이 그동안 자신들을 오해한 인간들에게 그 서운함을 토로하고, 미생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미생물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덕분에, 그간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미생물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미생물의 정의부터 종류와 역사,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 등을 여러 미생물을 예로 들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가장 오래된 인수공통감염병인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을 통해 인간과 미생물의 살벌한 동거 생활을 들려주고, 반대로 엄마로부터 아기에게 전해지는 다양한 유익균과 장내미생물을 통해 인간과 미생물의 달콤한 동거 생활을 이야기한다. 또한 장질환자를 위한 ‘좋은 똥’ 이식 이야기와 성차별을 하는 월바키아, 미생물인데도 눈에 보일 정도로 큰 자이언트 세균 등도 만날 수 있다.
3부에서는 300년 남짓 동안 미생물을 발견하고 연구·개발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손수 만든 현미경으로 극미동물을 처음 확인한 네덜란드의 레이우엔훅, 질병의 원인을 세포 단계에서 구명하는 ‘세포 병리학’을 처음 내세운 피르호, 병원성 미생물을 발견한 코흐, 606번의 실험 끝에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을 건드리는 미생물(매독균)을 잡은 이야기, 최초 박멸된 인류 최고(最古)의 감염병 천연두부터 병원내 감염이나 조류독감 등 21세기를 흔드는 신종 감염병까지 담았다. 4부에서는 미생물의 놀라운 다양성과 능력 덕분에 인간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려 왔는지 밝힌다. 특히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생물은 나쁜 균이 될 수도 있고, 좋은 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인간의 근육을 마비시키기도 하는 독소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보톡소에 사용되고, 작물 잎에 반점을 일으키는 흑부병의 원인인 잔토모나스 캄페스트리스는 샐러드 드레싱 같은 식료품이나 샴푸 같은 미용품에 점성을 첨가하는 재료가 된다. 한편, 균사를 길게 뻗어 물과 미네랄을 얻는 곰팡이와 땅에 뿌리를 박지 않고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藻類)가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며 살아가는 지의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미생물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인간 세상에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
미생물 세상에도 착한 균과 나쁜 균이 따로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조건 미생물과 싸우려고만 할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이후부터 조류독감, 구제역 등 동물 관련 감염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또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 신생아 네 명이 사망한 이대 목동 병원 사태 등 미생물과 관련하여 목숨까지 잃는 사고도 잇따라 터지고 있다. 그러면서 미생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저자 김응빈 교수는 “미생물학은 미생물과의 전쟁을 통해서 발전해 온 학문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미생물을 감염병과 연관시켜 우리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리는 살인마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극소수 병원성 미생물의 해악이 너무 부각되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대다수의 미생물도 함께 매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 종류의 병원성 미생물 때문에 ‘균(菌)’자가 붙은 모든 미생물을 병원체로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인간 세상에 선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듯, 미생물 세계에도 못된 병원성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생물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이 책에서는 미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에도 주목한다. 보통 생물은 비슷하거나 같은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여러 개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북대서양의 사르가소해(海)에서 발견된 펠라지박터 유비크 세균은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를 딱 하나씩만 지니고 산다. 더군다나 그들의 유전체에는 아미노산 합성에 필요한 유전자가 일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며 사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된 일일까? 펠라지박터 유비크는 각각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유전자를 넉넉히 만들어 그들끼리 부족한 유전자를 채워 주는 방식으로 무리지어 살아간다. 그래서 필요한 물질을 모두 만들지 않아도 서로 나누면서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곤충과 미생물의 공존 방식도 놀랍다. 흰개미는 나무 먹기 선수지만, 정작 목재를 소화할 능력이 없다. 목재의 주성분인 섬유소는 흰개미 창자에 사는 여러 미생물이 대신 분해한다. 그중 대표적인 미생물로 믹소트리카라는 원생동물이 있다. 그리고 이 믹소트리카의 표면에는 스피로헤타라는 세균이 붙어사는데, 이 녀석들은 믹소트리카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섬모 역할을 하면서 먹을 것을 얻는다. 이렇게 간단한 원칙을 서로 준수함으로써 흰개미 안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산다는 사실은 인간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저자 또한 “무한 경쟁 사회에서 공생하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이러한 미생물에게서 배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