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 자 :바버라 립스카, 일레인 맥아들
  • 출판사 :심심
  • 출판년 :2019-06-03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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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화제의 에세이

불안, 망상, 분노, 기억상실에 빠진 뇌에 대한 가장 생생한 탐구



30년간 뇌를 연구해온 뇌 과학자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가 극적으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뇌은행원장 바버라 립스카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정신질환의 양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정신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경험을 한 저자는 30년간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길을 잃고 3분 전에 뭘 했는지도 까먹으며 자기가 곧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깡그리 무시하면서 아침식사 메뉴 같은 사소한 이슈에 집착한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정신이 망가져가면서도, 자신이 정신질환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흔히 정신질환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사고방식만 바꾸면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암이 마음먹는다고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듯 정신질환도 마음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뇌 과학자의 전문성과 정신질환자의 실제 경험이 버무려진 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때로는 과학의 언어로, 때로는 절절한 정신질환 생존자의 이야기로 담아낸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과학적인 위로를 건네는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3인칭 시점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뇌 과학적 화두를 던졌다면,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정신병적 증상을 겪은 과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1인칭 시점에서 굉장한 속도감으로 생생하게 쏟아낸다.

자신이 몸소 경험한 정신건강 문제를 정제된 과학의 언어로 치밀하게 담아낸 이 책은 여러 독자에게 시시각각 다르게 읽힐 것이다. 뇌를 공부하는 연구자라면 립스카 박사의 빛나는 연구 업적과 최신 과학이 주는 통찰에 흥분할 것이며, 임상가와 환자, 환자의 가족은 뇌 과학의 언어가 인도하는 정신병적 증상의 발현과 회복의 여정 속에서 정신질환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밀도 높은 묘사와 설명은, 정신질환을 관심 또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던 독자의 편견을 걷어낼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모습일지는 몰라도,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정신질환에 대한 담담하고 심심한 이해가 이 책을 통해 널리 더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_허지원, 임상심리전문가,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저자



내밀할 정도로 솔직한 정신질환 생존자의 연대기. 〈커커스 리뷰〉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뒤엎어놓은 책. 〈버슬〉



과학자, 환자, 한 인간으로서 저자의 놀라운 경험은 정신질환의 생리학적 기반을 탐사하는 동시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역할을 이해하게 한다. 〈사이언스 매거진〉



뇌에 관한 이해를 기초로 질병, 사고, 노화가 어떻게 우리의 자아를 급격히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북리스트〉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고통에 대한 가장 솔직한 글!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일깨운다. 〈북페이지〉



올리버 색스와 《숨결이 바람 될 때》가 만났다. 바버라 립스카의 고통스러운 여정과 경이로운 회복은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음을 보여준다. 리사 제노바, 베스트셀러 《스틸 앨리스》 저자



과학자의 통찰과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쓴 인간 정신에 바치는 헌사. 첫 페이지부터 푹 빠져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했다. 토머스 인셀, 전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원장



자신이 평생을 연구한 정신질환의 양상을 직접 경험한 과학자가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들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밝힌다. 강력하고 설득력 있으며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다. 세라 제인 블레이크모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인지신경과학 교수



“평생 뇌를 연구했지만, 내가 정신질환에 빠지면서

정신을 잃는 과정이 무엇인지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01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뇌은행원장 바버라 립스카 박사는 사무실 컴퓨터를 켜려는 순간 움찔 놀란다. ‘안 보여. 내 오른손이 사라졌어.’ 손을 시야의 오른쪽 아래 사분면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마치 손목에서 잘라낸 것처럼 손이 완전히 사라진다. 립스카 박사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뇌 연구자로서 자신의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한 그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간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MRI 검사대 위에 오른다.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의사의 목소리가 무겁다. 3년 전 이겨냈다고 믿었던 흑색종이 뇌에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생사를 예측할 수 없는 잔혹한 뇌종양과 싸우기 시작한 그는 투병 중에도 뇌 연구자, 아내, 엄마인 자신의 일상을 변함없이 이어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걷잡을 수 없는 정신질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만다.

30년간 살던 익숙한 동네에서 길을 잃어 집을 찾지 못하고 몇 시간 동안 헤맨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별일 아닌 일로 불같이 화를 내고 30분 전에 무얼 했는지도 까먹는다. 집에 가려고 차에 탔지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한참을 생각한다. 머리에 바른 염색약이 줄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동네를 달린다. 뇌종양이 심해져 생사를 오가는 데도 아침 식사가 늦게 나왔다는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며 화를 낸다.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전화번호를 찾는 법도, 전화를 거는 법도 기억하지 못한다. 전날 먹은 피자가 플라스틱 덩어리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간단한 산수 문제 앞에서 생각이 멈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자기 내면에서 음흉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신이 망가져가면서도, 정신질환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바버라 립스카는 30년간 동물과 인간의 뇌를 해부하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다. 특히 ‘조현병’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로 조현병이 발생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어디인지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정신질환의 특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떻게 뇌가 그 기이하고 당혹스러운 증상을 만들어내는지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내밀할 정도로 솔직한 정신질환 생존자의 연대기” 〈커커스 리뷰〉

과학자, 특히 정신질환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자기 전공 내용을 몸소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심심 刊, 원제: 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는 30년간 뇌를 연구해온 뇌 과학자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정신이 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변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 립스카 박사는 2016년 3월 13일, 일요판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이야기를〈정신병에 걸린 신경과학자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정신질환자, 의사, 환자 가족 들에게서 셀 수 없이 많은 격려 메일이 쏟아졌고, “우리 모두에게 정신질환이 뇌의 질병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줬을 뿐 아니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되새겨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동명의 책으로까지 출간되었다.

신경과학적 지식과 풍성한 서사가 버무려진 이 책은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 내부에서 병을 살펴보고 돌아온 생존자’의 투쟁기다. 저자는 신경과학 지식과 자신의 독특한 경험 바탕으로, 뇌는 어떻게 정신질환을 만들어내는지, 정신이 망가져가면서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기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는 기제는 무엇인지 등을 샅샅이 다룬다. 특히 저자가 풀어내는 ‘내밀할 정도로 솔직한’ 정신병 경험은 독자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불안, 망상, 분노, 기억상실에 빠진 뇌에 대한 가장 생생한 탐구

뇌는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매년 전 세계 성인 5명 중 1명이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양극성장애(조울증) 등 적어도 한 종류의 정신질환을 겪는다. 정신질환은 성인기 초기에 나타나 평생 지속되면서 병에 걸린 사람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신질환은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며 당사자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 뿐 아니라 목숨까지 앗아 가기도 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80만 명이 자살로 죽는데, 그중 90퍼센트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은 유전적 기질 때문에 운명적으로 그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뇌를 고장 내고 뉴런 연결을 엉망으로 만들고 신경 기능을 바꿔버리는 어떤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걸리는 것일까?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연구로 심장병이 동맥에 생긴 결함의 결과이듯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이 비정상적 뇌 구조와 기능으로 야기되는 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뇌는 우리가 일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뇌 영역 중에서 전두엽은 가장 최근에 진화한 영역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전두엽이 없다고 죽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손상을 입으면 기억을 잃거나 행동을 계획하고 조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언어와 말하기에 문제가 생기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증상이 아주 많이 나타난다.

바버라 립스카는 흑색종이 뇌로 전이되어 뇌 곳곳에 종양이 생겼다. 그리고 방사선치료와 면역치료로 생긴 죽은 뇌 세포가 뇌에 염증을 만들어 전두엽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그러면서 여러 정신병적인 증상을 겪었다. 자제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해졌다.



“정신장애를 앓는 다른 모든 사람처럼 나도 정신이상을 겪으며 내게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들을 경험했다. 그러나 정신적 붕괴가 일어난 그 짧은 기간 동안 내게는 임상의들과 연구자들이 다양한 정신질환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공식적 지침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제5판(DSM-5)에 적힌 각종 전형적인 증상 또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부터 다른 종류의 치매까지, 양극성장애부터 조현병까지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경험과 내 경험 사이의 유사성은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밝혀내고 그 유사성을 활용해 정신질환의 양상과 원인을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22쪽)



“뇌의 부기 때문에 병에 담긴 젤리처럼 짓눌리고 제자리에서 밀려난 내 전두피질은 내게 행동하기 전에 멈추어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내 뇌의 이 중요한 부위는 이전 단계로 퇴행한 셈이었고, 따라서 아직 자기 통제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나 미묘한 사회적 상황을 헤쳐 나가는 요령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의 뇌와 다르지 않았다.”(156쪽)



립스카 박사가 직접 경험한 전두엽 손상으로 인한 정신질환 문제들



1.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질병인식불능증anosognosia’

립스카 박사는 분노, 의심, 성마름 같은 감정적 과잉 반응들을 경험했다. 이는 전두엽에서 재앙 수준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지만 정작 본인은 이러한 경고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자신의 장애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이다. 이 증상은 여러 신경증과 정신증 상태에서 나타난다. 조현병과 양극성장애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처음에는 부인이나 대처 기제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보다는 그 병 자체가 발현되는 양상에 가깝다. 조현병 환자의 약 50퍼센트와 양극성장애 환자의 약 40퍼센트는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진단을 받아들이려 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해도 그것을 자기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보지 않는다. 조현병 환자와 양극성장애 환자 가운데 질병인식불능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믿지 않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에도 격렬히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처방된 약물을 복용하지 않거나 행동치료에도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이런 질병인식불능증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173~174쪽)



2. 정서적 교감이 불가능하고 자신의 필요에만 초점을 맞춘다

일부 과학자들은 특정 뇌 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감정이입에 더 깊이 관여한다고 보는데, 전두피질과 측두엽, 그리고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 뇌 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섬엽이 바로 그런 부위다. 립스카 박사의 경우 뇌에 문제가 생기면서 점점 이기적이고 남의 감정에 무심한 사람으로 변해가며 감정이입 능력을 잃어버렸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정서적 교감을 하지 못했는데, 자신을 배려하는 남편과 특히 더 그랬다. 자신이 하는 일은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언제나 날이 서 있고 과도할 정도로 상대를 비판했다. 더구나 그런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든, 어떤 감정을 느끼든 자신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177~179쪽)



3. 위치를 기억하고 공간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시공간 기억상실

립스카 박사는 매일 출퇴근하던 길에서 갑자기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집에 가고 싶지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찾으려 했지만 어떤 건지 기억하지 못했다. 한참 휴대전화와 씨름하다 길을 안내해 줄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해 누르고, 방향을 안내하는 소리에 다시 집을 향해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집 진입로에 들어섰지만 립스카 박사는 그 당시 자신이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전혀 몰랐다고 고백한다.

공간 속에서 방향을 찾아가는 일에는 뇌의 여러 영역들이, 그리고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뉴런들 간의 네트워크가 관여한다. 공간 기억에서 결정적으로 두드러지는 역할을 하는 두 영역은 바로 전전두피질과 해마다. 립스카 박사의 경우 전두피질과 해마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어리둥절해하고, 심지어 30년을 살았던 동네에서 운전을 하면서도 거기가 어딘지 몰랐던 이유는 뇌의 전전두피질과 해마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197~202쪽)



4. 집착적인 식탐

립스카 박사는 뇌종양 투병을 하는 와중에 음식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체중이 한 달 사이에 5킬로그램이 늘었고, 이후에도 연일 최고 몸무게를 찍고 있지만 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은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먹기를 멈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저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 보이니 그냥 먹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러한 집착적인 식탐은 전두엽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신호였다. 전두피질이 제대로 기능할 때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에 따르는 장단점을 저울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억압되거나 사라지면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냥 해버린다. 당시 립스카 박사를 지배하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난 달달한 게 좋으니까 달달한 거 먹을 거야. 끝!”(226~227쪽)



5. 생존을 위해 과부하에 걸린 전두엽 스위치를 꺼버린 뇌

립스카 박사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복잡하거나 힘든 과제에 직면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조용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을 때 그의 행동은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공원에 나가 두 시간 반 동안 12킬로미터를 걷고 나자 그의 뇌는 그 무엇에도 대처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저장된 에너지를 거의 다 소진해버린 뇌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두 생존에 필수적인 영역(심장과 폐의 기능을 유지하고 두려움 등 기본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계)에 쓰기 위해 생존 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남편의 전화번호를 찾고, 전화를 걸고, 자기가 있는 곳을 찾으라는 남편의 요구를 처리하는 것 같은 아주 조금만 복잡한 일을 요구받아도, 손상된 립스카 박사의 뇌는 작동을 멈췄다. 정보 과부하로 전두엽 내의 신경 연결들과 전두엽과 다른 뇌 영역들 사이의 신경 연결이 막혀 그의 머릿속은 마치 교통 체증이 일어난 것 같은 상태였다. 자신이 위험에 처했음을 감지한 그의 뇌는 원초적인 욕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무시했다. 뇌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쉬어! 쉬고, 먹어! 다른 건 아무도 하지 마! 네 생존이 위기에 처했어!’ (264~266쪽)



6.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과다 경계 상태

듣는 사람의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운 라이브 재즈밴드의 음악에 립스카 박사는 순식간에 화를 내며 귀를 막아버렸다. 곧이어 음들이 칼처럼 자신의 몸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고통까지 느껴 소리를 지른다. “너무 시끄러워! 얼른 음악을 멈춰!” 이렇게 외부 자극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뇌 외상, 자폐증 그리고 다른 여러 뇌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상적인 뇌라면 뇌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분류해 중요한 것과 무시해도 되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런 여과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뇌는 그 모든 정보를 처리하려 애쓰다가 나가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태의 뇌는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나 걸을 때 얼굴을 스치는 바람처럼 무시해도 안전한 것과, 잘못하면 자신을 들이받을 수도 있는 자동차의 경적처럼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지 못한다. 이렇게 소음과 시각, 냄새 들이 끔찍하게 뒤죽박죽되니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심한 감각 과부하에 직면하면 공황 발작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생긴다. 립스카 박사의 손상된 뇌에는, 재즈밴드의 연주처럼 즐겁고 지극히 무해한 소리조차 감동할 수 없는 과한 자극이었다.(287~288쪽)





정신질환의 늪에 빠졌다가 건져 올려진, 과학자의 숭고한 탐구와 내밀한 이야기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에게 건네는 가장 과학적인 위로”



이 책은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 병의 내부에서 살펴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동시에 과학자이자 한 인간의 진화를 보여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또한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어떻게 정신질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놀랍게 회복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립스카 박사는 정신을 잃었다가 되찾은 뒤로 자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곤경에 더 세심하게 주파수를 맞추게 되었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친구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더 이해심 깊은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내밀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는 정신질환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학적 문제라는 점,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환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정신질환을 대한 가장 적절한 태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라는 점을 알린다.

립스카 박사의 강력하고 독특한 정신질환 경험을 담은 이 책이 우리를 이끄는 종착지는 어디일까?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신적 쇠퇴를 경험한다. 많은 사람이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서, 혹은 배우자나 부모에게서 기억상실, 부적절하고 제멋대로인 행동, 성격 변화, 스스로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 등 립스카 박사가 겪었던 당황스러운 정신의 변화와 맞닥뜨릴 수 있다. 그의 이야기는 언제든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놀라운 경험과 폭넓은 과학 지식은 우리를 우리로 만드는 뇌를 이해하고 우리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뇌의 변화를 미리 알고 받아들이게 해줄 것이다.



책 속에서



나는 신경과학자다. 경력의 처음부터 줄곧 정신질환을 연구해왔다. 처음에는 내 조국 폴란드에서, 1989년부터는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 산하 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에서. 종종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병인 조현병이 나의 전공이다.

2015년 6월, 아무런 경고도 없이 나의 정신이 이상하고도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뇌에 전이된 흑색종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빠져들었고 그 상태는 약 두 달간 지속되었다. 기괴하고도 급격한 추락이었으나 당시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행운과 획기적인 과학 발전, 그리고 가족의 재빠른 대처와 지원에 힘입어 그 어두운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16쪽)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나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당황스러우며 낯선 일이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마음,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 그들을 가장 믿지 못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안다. 통찰력과 판단력, 공간지각력뿐 아니라 글을 읽는 능력처럼 의사소통에 가장 필수적인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싹한 것은 바로 그러한 결함들을 스스로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동안 내 현실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는지 깨달았다.(23쪽)



이 책은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 그 병의 내부에서 살펴본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동시에 과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나의 진화를 보여주는 지도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여정을 담은 이야기이자, 내가 들려줄 수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다. 또한 내가 정신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에서 어떻게 정신질환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놀랍게 회복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26쪽)



조현병은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을 괴롭혀온 파괴적인 병이다. 오늘날 이 병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퍼센트, 즉 70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에 미국인이 300만 명 이상, 유럽인은 700만 명 이상 포함된다. 조현병은 그 사람이 속한 분야나 문화, 사회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성도 마찬가지다. 많은 환자가 망상, 환각, 완전한 정신이상으로 고통받는데, 길을 헤매며 혼잣말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증상들을 볼 수 있다. 조현병에 걸린 많은 환자가 인지 결함을 보이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 이러한 결함은 삶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하도록 도와주는 작업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의 환자들은 우울증에 빠지며, 감정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49~50쪽)



‘안 보여. 손이 사라졌어.’ 오른손을 왼쪽으로 옮겨본다.

‘있다! 다시 나타났어!’ 그러나 키보드의 오른쪽 아래로 움직이기만 하면 손은 다시 사라진다. 아무리 반복해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손을 시야의 오른쪽 아래 사분면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마치 손목에서 잘라낸 것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공포로 마비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나는 사라지는 오른손을 되찾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본다. 그러나 시야의 그 부분에만 들어가면 오른손은 사라진다. 혼을 빼놓고 공포를 안기는 기괴한 마술의 속임수 같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속임수.

단 하나의 가능성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뇌종양…….’

나는 즉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려 한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런 일이 일어날 순 없어.’(61~62쪽)



내가 겪은 두통과 성격 변화는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뇌의 부기 때문에 병에 담긴 젤리처럼 짓눌리고 제자리에서 밀려난 내 전두피질은 내게 행동하기 전에 멈추어 생각하라고 말해주는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어떤 의미에서 내 뇌의 이 중요한 부위는 이전 단계로 퇴행한 셈이었고, 따라서 아직 자기 통제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나 미묘한 사회적 상황을 헤쳐 나가는 요령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의 뇌와 다르지 않았다.(155~156쪽)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행동은 대개 그 사람의 뇌 안에서 무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분노, 의심, 성마름 같은 나의 감정적 과잉 반응들은 내 전두엽에서 재앙 수준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나는 경고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정신질환에 관한 전문가인 나는 다른 대부분의 사람에 비해 나의 이상한 행동을 더 쉽게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시에는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여섯 개의 종양과 그 주변의 부기가 자기 성찰을 가능케 하는 부위인 전두엽의 작동을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내 전두엽이 근무지에서 이탈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멀쩡한 전두엽이 필요했다.(172~173쪽)



때로는 편집증 수준까지 치닫기도 하는 의심의 감정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간병인이 자기 물건을 훔친다고, 혹은 자신을 해치려 한다거나 심지어 죽이려 한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아직 편집증과 관련한 뇌 부위 또는 네트워크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측두엽 손상 때문에 그런 상태가 초래되는 경우가 있다.(175쪽)



당시에는 우리 중 누구도 몰랐지만, 나의 집착적인 식탐은 전두엽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신호였고, 내 경우에 그 문제는 식욕 촉진 효과를 가진 스테로이드 때문에 더욱 악화됐다. 전두측두 치매를 앓는 사람들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체중이 상당히 증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먹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두피질이 제대로 기능할 때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에 따르는 장단점을 저울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억압되거나 사라지면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대로 그냥 해버리는 것이다.

난 달달한 게 좋으니까 달달한 거 먹을 거야. 끝!(227쪽)



“기억나요, 엄마? 바로 30분 전에 봤던 쓰러진 나무를 처음 보는 것처럼 굴었던 거 말이에요.”

처음에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거기 간 적이 있었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그게 정말 나였다고?(299쪽)



사람이 평생에 걸쳐서, 심지어 정신적 외상을 입고 심각한 질병에 걸린 뒤에도 좀처럼 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는 늘 놀랍다. 뇌의 3분의 1이 심하게 부었을 때도 나는 대체로 나 자신이었고, 나 자신의 한 버전이었다. 계속 회복해가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다. 그러나 종양과 방사선치료, 뇌부종 또한 모두 내 뇌와 성격에 각자의 흔적을 남겨놓았을지 모른다. 그것들은 흉터를 남길 수 있고, 뇌에 오래도록 남는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뇌에 방사선치료나 화학치료 혹은 면역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기억 문제를 포함해 계속 진행되는 인지 문제를 겪을 수 있다.(304쪽)



정신질환의 영향에 시달리는 다른 많은 가족들처럼, 우리도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들에 적응하느라 힘겹게 노력했다. 나의 정신이 손상되었던 시기에 가족들이 겪어보았듯이 그런 적응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내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것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했다. 특히 내가 괜찮다고 계속 우겼기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나 변화가 명백해졌을 때도, 새로운 나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계속해서 그러한 현실을 부인하고만 있었다.(325~326쪽)



30년 이상 정신질환에 관해 연구해오는 동안,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내게 진정으로 가르쳐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 겪은 고통이다. 도저히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세계. 과거는 순식간에 잊히고, 미래는 계획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으며, 어떤 논리도 없는 세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나는 몸소 경험했다. 그 결과 나는 내 정신을 점검하는 일에 집착하게 되었다. 내 정신이 또다시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수학 문제를 풀고, 날짜를 기억하려 애쓰고, 깜빡 잊고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점검한다. 마라톤 출전을 준비하며 훈련을 하듯 내 정신을 운동시킨다. 혹시 겪었을지 모를 모든 상실을 벌충하기 위해 나는 더욱 호기심 왕성하고 탐구적이고 예리하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정신이상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매순간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331~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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