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 인간과 공간을 말하다

지리학, 인간과 공간을 말하다

  • 자 :박승규
  • 출판사 :책세상
  • 출판년 :2020-04-07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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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간의 새로운 의미 발견-낯익은 공간 낯설게 보기



일상 공간은 익숙하고 낯익기 때문에 주목과 관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 책은 일상 공간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낯익은 공간을 낯설게 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의 고정된 관점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내부자의 시선으로 기능적인 사실 너머에 있는 내밀한 삶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유목민의 시선으로 다양한 의미의 층위에 접속할 것을 제안하는 저자는 아파트나 백화점 같은 일상 공간과 그 배치를 비판적 시선으로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아파트’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경관을 생산하며, 평수와 종류에 따라 부의 수준과 삶의 양식을 구별 짓는 준거로서 계층 간 단절을 초래하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아파트 내부의 공간 배치가 그동안 가장인 아버지가 잠을 자는 안방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사회 인식이 변화하면서 여성을 배려한 주방 중심의 배치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 회사들은 아파트를 여성의 전유 공간으로 인식하여 여성의 취향에 맞춘 실내 장식이나 광고 카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여성을 아파트라는 공간에 가두기 위한 것이 아닐까 질문한다. 여성 중심으로 공간 배치가 이루어진 아파트에서 여성은 자연히 더 많은 일상의 시간을 보내며 가사에 집중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 공간을 낯설게 보고 배치의 의미 체계를 해석하는 태도는 백화점에 대한 시선에서도 유지된다. 사람들이 재래시장 대신 백화점을 주로 찾는 것은 재래시장에 비해 백화점의 이미지가 젊고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백화점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계산된 노력의 산물이라고 본다.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백화점 내의 문화 강좌에는 백화점을 단순히 소비 행위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배우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인시키려는 백화점의 의도가 내재한다.



또 백화점 내 이런 문화 공간은 제일 꼭대기 층에 배치되어 이윤을 높이기도 하고, 1층에 배치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백화점은 이제 문화를 이용해, 소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자극함으로써, 주도적으로 소비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계속해서 더 많은 이윤을 내는 방법을 찾고, 이 흐름을 따라 공간 배치도 점점 변해간다.



변하는 공간, 변해야 하는 지리학



공간은 누가 계획하고 만들었느냐와 무관하게 그 공간을 누가 점유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저자는 이 주장의 근거로 시청 앞 광장을 들며 그곳에서 나타난 사회 현상들에 대해 공간을 매개로 분석한다. 원래 서울 시청 앞 광장은 대표적인 전시 행정의 공간이었다. 시청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권력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2년에 이 공간은 붉은 악마들의 기쁨과 환희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들은 시청 앞 광장 너머의 차도까지 점거하며 광장을 확대시켰고, 새로운 의미를 지닌 광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2008년 여름,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저항과 비판의 공간이 된다. 촛불을 든 시민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저항의 공간이자, 일상의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의 공간으로 다시 변모한 것이다.



이처럼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형태나 의미로 인식되기보다는 그 공간을 전유하는 주체와 더불어 살아 움직인다. 인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거나 외양이 변한다. 그렇기에 지리학 또한 변하는 공간, 인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고 계속해서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는 대개 하나의 의미로만 읽히기 쉬운 일상 공간들에 대해, 그 정형화된 의미를 벗어나 열린 의미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또 삶의 모든 것에 공간이 있고, 공간 속에 모든 것이 있음을 인지하는 것을 통해 지리학이 인간과 교감하기를 계속해서 꿈꿔본다.



* 이 책의 구성



기존의 백과사전식 지리학의 경계를 허물어,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상 공간에 주목해 인간의 삶을 통찰해보려는 이 책은 모두 다섯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에서는 지리학이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문임을 보여주기 위해, 낯익은 일상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일상 공간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제2장에서는 단순히 지역 간 차이를 구분하려는 기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시선의 차이에 주목하는 ‘다름의 지리학’으로 지역 간 차이의 행간에 숨어 있는 삶의 의미를 해석한다. 환경 문제, 풍수, 일상 공간의 직선화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다. 제3장에서는 모든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획일적인 지리 현상에 주목하는 ‘같음의 지리학’을 통해, 맥도날드, 고속 도로, 화장실 같은 표준화된 지리 현상들의 의미를 살핀다.



제4장에서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자리매김, 즉 그 요소들의 같고 다름에 주목하는 ‘배치의 지리학’을 통해, 아파트, 백화점, 교회나 성당, 사찰 등을 구성하는 공간 요소들의 배치를 분석하여 그 속에 담긴 미세한 의미 체계를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공간을 토대로 하는 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는 ‘리좀의 지리학’을 통해, 근대화로 인해 획일화된 일상 공간들의 반인권적 특성, 2002년과 2008년 시청 앞 광장의 의미 변화, 5.18 광주 민주항쟁 등에 대해 해석하고 전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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