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꿈이 첫사랑과 헤어지고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 우연히 그를 만나 진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었던 저자가 이번 소설에서 소원을 성취했다. 김영임의 장편소설인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애수에 젖어 있다. 애수(哀愁)-슬픈 시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절망의 향기인가. 잊지만 않는다면 사랑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그새 십 년이 흘렀다니요.
잠시 차창으로 스친 풍경에서 유년의 추억을 들춰내듯이,
잊은 줄 알았는데 한눈에 당신을 알아봤군요,
아마도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세월을 당신과 함께 살았었나 봅니다.
새삼스레 세월만큼 누렇게 바란 앨범을 펼쳐듭니다.
앨범은 이 여행길에서 유일한 나의 동행이랍니다.
나는 숨도 안 쉬고 파도가 발끝에 와 닿는 이곳
바닷가 여인숙에서 한동안 머무를 작정입니다.
그리고 남편과 헤어지겠지요.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당신은 한 사람뿐인데,
이다지도 왜 나는 힘든지요.
제 기도는 서럽고, 마음은 타는 저녁놀처럼 늘 간절하답니다.
그래요. 사랑의 감정에도 오기(奧地)가 있어
지금 나는 그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부디, 그때까지 기다려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