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 자 :구효서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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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묶었어요?'



그가 물었고, 그렇다, 고 내가 대답했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다시 뜬 눈에선 빛이 났다. 마당 안엔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 적막을 가르며 그가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순식간이었다. 내가 묶었던 노끈은 뱀의 허물처럼 풀어져 그의 발치에 쌓여 있었다. 그가 씨익 웃었다. 별난 아침이다, 라고 나는 속으로 뇌까렸다.



'놀랐죠?'



'정말 그래요.'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건 속임수예요.'



'내가 묶었는데도요.'



'물론이에요. 선생은 나를 풍선에 묶은 것과 같아요. 결박에서 풀려나려면 풍선을 터뜨리면 돼죠.'



'풍선이 아니라 의자에 묶었어요.'



말하고 나서야 나는 의자를 봤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의자는 간이회의장 같은 데서 많이 쓰는, 접는 의자였던 것이다 접혀지는 용적이 적어진다. 이런 것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가 또 씨익 웃었다.



'이런 방법으로 나는 숱한 탈출을 선보였죠. 오토바이에 묶여서도 탈출했고, 뒤주 안에서도 뛰쳐나왔어요. 더블백 속에 갇혔다가도 2초만에 나오고, 그랜드피아노를 상처 하난 입히지 않고 관통하기도 했다니까요. 문을 열지 않고 자동차에서 빠져나왔고, 쌀가마니 속에서도 탈출했어요. 수갑이 채워진 채 캐비넷에 갇혔다가 2초만에 관중석에서 뛰어나오기도 했죠. 제 인기라는 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가는 곳마다 아가씨들의 성화가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단장이 못 만나게 했죠.

여자한테 한번 빠지면 돈벌이고 인기고 다 끝장이라는 거예요. 써커스가 호황이었을 때, 아, 그땐 정말 끝내줬는데…….'



탈출사는 하던 말끝을 사리고 갑자기 풀이 죽었다. 저쪽에서 늙은 주지 스님이 딱하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놈아 개수작 말고 법왕이 밥이나 갖다줘!'



주지 스님이 말했다. 법왕이는 암자에서 기르는 비루먹은 강아지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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