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내게 첫 번째 통신을 보내온 것은 수요일의 늦은 밤이었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일층 우편함 속에 들어 있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나는 집 앞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로손에서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식빵과 야채주스, 캔맥주, 그리고 원두커피를 끓이는 데 필요한 여과지 따위들이 었을 것이다. 희미한 외등 불빛을 받아 어쩐지 서글픈 빛으로 길게 늘어나 있는 내 그림자 를 밟으며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주황색 우편함속에 꽂혀 있는 청첩장 크기의 하늘색 봉투를 발견했다.
새벽 두시쯤 됐을까.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거실 식탁 위에서 잠 자고 있는 엽서를 떨리는 손으로 집어들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너무 어두워 차라리 투명해져버린 시간에 말 이다. 오래 전 어느 날엔가 나는 커티스의 사진집을 '그녀'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불렀다..... 그렇다. 어느 정체 모를 집단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 것이다. 그녀 가 아직 이 서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니!
나는 흐릿한 차창을 쳐다보며 내가 방금 떠나온 세상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와 있는 곳이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인지, 그곳이 내가 존재하고 있는 곳인지 전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가죠, 하고 그녀가 내 의식의 잠을 두드리며 안전벨트를 풀고 먼 저 차에서 내렸다.
한동안 계속되던 낯선 콘크리트길. 사방으로 낮게 잇대어져 있는지 지붕의 처마들. 복도와 도 같이 좁고 어두웠던 골목길들. 나를 가로막는 자세로 내 앞을 걸어가고 있던 그녀의 고 른 발자국 소리.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자로 구부러진 지하계단의 희미한 윤곽. 가슴속에선 차가운 피가 소용돌이치고 얼핏 돌아다 본 뒷전에 내려앉고 있던 단단한 어둠
나는 원래 내가 있던 장소로 돌아온 거예요.
스케치북 안에서 다시 그녀의 삭막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그 목소리의 집요한 힘에 눌려 나는 괴롭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의 그 메마른 표정이 그런 생각을 더없이 부채 질했다. 나는 고개를 떨구고 바닥의 차디찬 어둠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당신도 돌아오기 시작하는거예요. 당신은 지금까지 너무 먼 곳에 가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간 돌아오는 길을 영영 잊어버리게 될지도 몰라요. 정말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닌, 아주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