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암에 물린 자국

배암에 물린 자국

  • 자 :윤대녕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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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발목께였다. 정확히 말하면 왼쪽 뒤꿈치 바로 윗부분 인대를 그놈의 뱀한테 물리고 만 것이다. 최초의 느낌은, 풀섶에 쓰러져 있는 가시나무 가지에 발목이 긁혔다, 라는 화끈함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긁혔다는 느낌은 곧바로 찔렸다, 라는 좀더 기분 나쁜 자각으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사납게 얻어맞은 듯한 아찔함이 전신을 타고 올라왔다. 배암, 너 내 손으로 반드시 잡아죽이고 말 테다! 너 귀머거리, 네 머리를 갈아 내 상처에다 몇 겹으로 처바를 테야!







살의에 대한 거의 맹목적인 집착. 그 대상이 다만 뱀이 아닐거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나서도 나는 뱀을 찾는 일에 몰두했다. 일주일, 열흘이 지나도 뱀이 보이지 않자 나는 거의 선병질적으로 변해갔다.







그때, 해거름녘의 밭두렁에서 그렇듯 위협적으로 무기를 들고 서 있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내게 그토록 시퍼런 살의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니.







나 또한 누구에게 저 상주(喪主)였던 적은 없었던가. 내 진정 너를 할퀴면서 내가 아프다 소리친 적은 없었던가. 혹은 너의 사랑을 배신이라 이마에 적어놓고 남몰래 서슬퍼런 독을 키우며 산 것은 아니었을까. 이토록 울혈진 마음…… 겁내 하는 마음…… 그렇게 비겁한 자 되어 마침내 아침이 와도 이렇듯 포대기 속에 숨어 총칼을 껴안고 있어야 하는 마음.







한갓 뱀였는걸요.



안에서 키우고 있던 뱀였겠지요. 그게 제 몸을 물었던 거예요. 정말 한갓 뱀였다면 그러고 다니지는 않았겠죠.







저 가을에 나를 물었던 그 배암, 그놈은 눈 내리고 있는 지금 어느 유수의 깊은 땅속에서 온몸의 힘을 풀고 태연히 잠들어 있겠지. 그때 나처럼 제 꼬리를 입에 물고서 말이다. 한데 내 몸에 그토록 독한 향기를 부어놓고 사라진 그놈은 이 새벽 내가 저를 생각하듯이 나를 생각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 그리고 우리가 그때 그렇게 만났던 것은 정녕 잘못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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