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공원

목련공원

  • 자 :이승우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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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스승의 날인지도 몰랐네요.”



“그래요? 나는 또 목련공원에 간다길래…… 그러면 이렇게 일찍 무슨 일로 거길 갑니까?”



“결혼식이 있어서요.”



“결혼식요?”



“아니, 장례식요.”



기사는 탐색하는 눈빛이 되어 룸 미러 속을 신중하게 들여다보았다. 그 사람보다 더 당황한 것은 나였다. 나는 서둘러 설명을 보탰다.



“사실은 둘 다예요.”



“둘 다요?”



“공교롭게도 그렇게 되었어요.”







나는 얼른 대답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되었다. 목련공원은 장례식장이면서 동시에 결혼식장이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운전 기사는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나는 장례식장에 가는 길이지만, 같은 시간 그곳에서는 누군가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 그 기막힌 공교로움에 대해 애써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꼭 가야 할 자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랬으므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 양반의 장지가 그곳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목련공원을 향해 출발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내가 목련공원에 가는 것은 장례식 때문이지 결혼식 때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리 엉겁결이라고는 해도 어떻게 내 입에서 결혼식에 간다는 말이 '장례식'에 앞서 튀어나왔을까. 내심으로는 결혼식에 더 신경이 가 있었다는 뜻일까.



'목련공원'이라는 공간이 연상시킨 결혼식, 결코 우연이라고 해버릴 수 없는 그 섬뜩한 공교로움에 더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그곳일까? 나는 기억을 뿌리치듯 고개를 흔들었다.



“요새는 거기서도 가끔씩 결혼식을 하긴 하대요. 미술관 안의 조각공원이 썩 괜찮다면서요? 근데 참, 어떻게 결혼식하고 장례식이 한날에 잡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이네요.”



택시 기사는 미심쩍은 기색을 거두지 않았다. 그녀의 결혼식과 손윗동서의 장례식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게 된 그 우연의 내막을 내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도 그녀를 모르고, 그녀 역시 그를 모르지 않는가. 그렇다고 내가 그들 가운데 누구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녀를? 아니면 그를?



혹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그의 죽음이다. 그의 설명할 수 없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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