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우물

내 영혼의 우물

  • 자 :최인석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 대출 0/5 예약 0 누적대출 0 추천 0
  • 지원단말기 :PC/전용단말기
  • 신고하기
  • 대출하기 추천하기 찜하기

그는 인사라도 나누기 위해 옆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았습니다. 옆 사람이 달고 있는 수번(囚番)을 보고 규식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거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 사람의 수번은 297번, 세 자리 수였던 것입니다. 그것은 장기수의 수번입니다. 감방에도 예의가 있는 법입니다. 장기수를 대접해 주는 것은 그 중에서도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그런데, 장기수를 뼁키통 옆에 처박다니요? 이 방 녀석들이 이런 예의도 모르는 자들이라면 이번 징역살이는 편할 리가 없습니다. 세상을 둥글둥글 살아가라는 말이 있지만, 징역살이야말로 그렇게 살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 장기수의 얼굴을 본 순간, 규식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던 것입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모든 물건이 공짜라는 것을 의미하고, 모든 물건이 공짜라는 것은 세상의 모든 물건에 소유자가 따로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탐나는 물건이 있으면 그저 집어 들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니까 훔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가난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접시를 돌려 남의 돈을 빼앗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접시 돌리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궁리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사실 그가 이제까지 접시를 돌려 빼앗은 남의 돈은 모두 무엇인가를 사는 데에 다 소비되었습니다. 술, 밥, 옷, 집, 차, 여자…… 그런 것이 없이는 살 수 없었고, 그런 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며, 돈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그에게는 접시를 돌리는 것이었으니까요.







이튿날부터 똥별은 권 집사의 옆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똥별이 담배를 피우는 순서도 권 집사 바로 뒤로, 간혹은 권 집사보다 앞으로 바뀌었습니다. 좀더 많은, 좀더 양질의 사식이 우선적으로 분배되었습니다. 작업장에서도 권 집사는 똥별을 끼고 돌며 편한 일만 골라 시켰고, 작업반장은 그것을 못 본 체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똥별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권 집사 옆자리를 기피하고 원래 앉아 있던 자리, 그러니까 심영배의 옆 자리에 앉으려고 했습니다. 담배 역시 원래의 순서를 지키려고 했고, 양도 많고 질도 좋은 사식이 분배될 때에도 그것을 받지 않으려고 했으며, 작업장에서도 기회만 생기면 권 집사 옆을 빠져나가 어느 틈엔가 옛날과 다름없는 힘든 일을 하며 땀을 흘렸습니다. 그것은 마치 안간힘 같았습니다. 비록 위협에 눌려 몸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그러니까 몸을 빼았기기는 했지만 판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감방 식구들에게 보여 주려는 안간힘 말입니다.
지원단말기

PC : Window 7 OS 이상

스마트기기 : IOS 8.0 이상, Android 4.1 이상
  (play store 또는 app store를 통해 이용 가능)

전용단말기 : B-815, B-612만 지원 됩니다.
★찜 하기를 선택하면 ‘찜 한 도서’ 목록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