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즐거움

식사의 즐거움

  • 자 :하성란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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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밥상이 엎어진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밥그릇과 국그릇, 접시들이 방바닥으로 하나, 둘 떨어지면서 김칫국물이 방 사방 곳곳으로 튄다. 육각형의 밥상이 데굴데굴 장롱 쪽으로 굴러간다.



대학꺼정 나와서 그동안 들인 돈값을 해라. 아버지의 두터운 입술이 벌어질 때마다 남자의 얼굴로 악취가 날아온다. 아버지는 악어다. 이 사이에 낀 음식 찌꺼기를 파먹을 악어새가 필요하다. 나는 아버지의 악어새가 되기는 싫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바퀴벌레들이 좀 더 강해지는 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내성을 기른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아버지는 좀더 진한 약물을 뿌린다. 지금은 물을 두 양동이 쓰지만 내년에는 더욱더 물의 양을 줄이고 약의 배로 늘여야 할 것이다.



야, 꽃 같더라. 꽃이 지는 것 같더라니까. 낙화. 낙화.



재경이가 죽던 그 주일에 우체부가 남자에게 카드 한 장을 전해주고 갔다. 수취인란에 달랑 남자의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을 뿐 발신인 주소도 이름도 없었다.







나, 재경이. 편지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나, 재경이.



지금 학교는 발칵 뒤집혔겠지? 내가 바라던 바는 아니야…….



아버지는 잘못 선택했어. 데려가 기르려면 좀더 순종적인 아이를 데려와야 했어. 하여튼 넌 믿지? 지금 내 부모님은 진짜 내 부모님이 아니야. 다리가 다 아문 꿩이 날아오를 때마다 꿩은 한쪽 발을 묶고 있는 끈 때문에 허공에서 툭, 툭 곤두박질쳤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마당에 꿩이 보이지 않았다. 꿩 다리를 묶었던 줄이 끊겨 있었다. 줄을 끊고 도망을 간 모양이었다. 어쩐지 홀가분했다.



하지만 며칠 후에 아버지가 그 꿩을 다시 잡아왔다.



이것 봐요. 내 말 안 들려요? 왜 사서 귀찮은 일을 만들어요?



남자는 아이의 손을 꽉 잡은 채로 중얼거렸다.



포마이커 밥상을 하나 사야지. 반듯한 걸루다가.



남자의 머릿속은 온통 밥상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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