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 소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김소진 소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 자 :김소진
  • 출판사 :문학동네
  • 출판년 :2002-07-23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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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상적으로 밀려온 통증을 다스리느라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쥐어짜듯 땀을 뻘뻘 흘리며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 열에 들떠 연분홍빛 살덩이로 변해버린 어금니 뒤쪽을 칼로 찢고 나올 것 같은 통증에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시야가 자꾸 좁아들었다.



술 때문인지 사랑니의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왼쪽 빰은 눈깔사탕을 문 듯 부풀어올랐다. 나는 가슴속이 터질 듯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느꼈다. 입속이 찝찔한 걸로 봐서 입 안의 뺨이나 혀 어딘가에 생채기가 나 피가 흐르는 듯했다. 어금니를 하도 사려문 탓이리라. 아버지라고 생각되는 얼굴이 히물히물 웃으며 샹들리에 저쪽으로 줄지어 사라졌다. 사람들이 장단을 맞춰 손뼉을 딱딱 두들기는 게 보였다. 앵둣빛 술이 잔 가득히 넘쳐나고 있었다. 가려움인지 소름인지 모를 느낌이 들이닥쳤다. 나는 입을 한껏 벌리고는 술을 아니 술잔을 힘껏 물어뜯었다. 그리고 뜨거운 감자처럼 허겁지겁 씹었다. 씹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랑니의 통증이 깨끗이 사라지고 입 안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본문 '사랑니 앓기' 중에서







김소진 소설의 일관된 심사는 전혀 인공낙원과 무관한 자리에서 삶을 일구어가는, 문명의 주변주를 그야말로 인간적 본성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한마디로 김소진은 언제부턴가 어느 누구에게도 호명받지 못하던 스러져가는 주변부의 인간존재에 대한 가장 충실한 서기관이자 대변인이었다. 김소진은 문명과 개념의 개입을 받고 주변부의 인간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통일성(권태와 일탈, 부정과 긍정, 금기와 허용의 변증법적 조화)에 주목하고 이 아름다운 통일성을 거울로 어설픈 개념화와 자연의 수탈로 점철된 문명의 악마적인 속성을 정확하게 비춰낸 작가였으며, 동시에 최첨단의 문화적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한국문학사의 일면적인 성격을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비판한 '한국문학사의 반성적 거울'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류보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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