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퍼요, 똥 퍼. 겨우내 얼었던 똥 풉시다아~똥.'
골목길 어딘가에서 구성지게 들려옴직한 이 소리를 요즘 아이들도 알고 있을까? TV와 라디오가 귀해 홍보 수단이라고는 목청밖에 없던 시절,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가위를 찰깍거리던 엿장수 아저씨, '뻔~뻔!'을 외치던 번데기 장수 아저씨 등 부모 세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열두 가지 이야기를 꾸몄다.
쩔거덕쩔꺼덕~엿장수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은 엿장수 맘이야 편은 월간문학신인상을 수상한 이상배씨가 썼다. 동구 밖에서 가위질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또 왔네~'를 외치는 거지 아저씨의 이야기를 쓴 각설이의 눈물 편, 둥~둥!동동구리무~구리무 아저씨의 이야기를 담은 떠돌이 동동구리무 편 등 서서히 잊혀가는 '소리'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반추하게 한다.
우리는 옛 삶의 흔적을 잃어버리고 있다.우리의 옛 모습은 낡고 가난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열두 편의 동화를 읽으면서 귀를 기울여 보자. 어디선가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소리가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