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화>는 서른세 살의 여주인공 코라 휩시가 다니엘 호프만이라는 의사와 첫 관계를 가진 후 그가 먼저 전화해주기를 기다리는, 오후 5시 12분부터 12시 1분까지 6시간 49분간의 기다림에 대한 기록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졌던지 분과 분 사이의, 초와 초 사이의 간격은 그 어떤 일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코라는 그 시간 동안 친구와 수다를 떨고, 그의 전화를 기다리지 않는 척 다른 일에 몰두해보기도 하고, 시들어버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버리고 오기도 한다. 그렇게 그녀는 계속 무언가를, 무슨 일이 생겨주기만을 한없이 기다린다.
<여자, 전화>는 '쿨'한 연애를 위한 무수한 통념들과 실제 내면에 대한 고찰이다. 코라는 다니엘을 만나는 그 순간부터 친구 요한나와 수많은 여성잡지들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연애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 첫 데이트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한다. 다음에는 이렇게, 그 다음에는 저렇게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에게 먼저 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늘 바쁜 듯이 보여야 하고 그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인상만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위해 동성 친구와 책이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