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이 세상에 태어나 꼭 여덟 달을 살다가 죽은 아질개(어린) 흑염소의 이야기이다. 작가 김성동의 20여년 전 작품으로 5.18직후에 쓰여진 우화소설이다. 흑염소 '빼빼'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작가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있다.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었어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탐욕스런 이기심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하게 한다.
작가는 '이른바 새로운 세기를 맞아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며 웃고 떠들지만, 세계는 여전히 지옥일 뿐이다'라며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분쟁에 희생되고 있는 힘없는 민중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마음 놓고 숨을 쉬고 마음 놓고 밥 먹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정신의 대공황을 겪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조용히 양심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