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주부가 되어 만나게 되는 감정에서 비롯되는 시에서부터 남편과 가족에 대한 애증과 사랑 그리고 아줌마의 정체성 찾기에 이르기까지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 아줌마, 아내, 여성을 한 권으로 묶은 흔치 않은 소재의 시집으로 살아가면서 진부하고 초라하고 너무나 흔해서 그 존재에 관심조차 주지 않는 '아줌마'에 관한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가장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결혼 전의 사랑은 몇 년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하지만 결혼 후의 부부는 그 긴 세월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짜증내고 편들고 불쌍히 여기고 싸우고 다시 사랑을 한다.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공감하는 이런 감정들을 지독한 패러독스와 위트로 담은 최승은의 시는 남편과 이생에 만나 쌓아가는 애증이자 또 다른 사랑의 방편이기도 하다.
실제로 남편이나 아이들과 나눈 대화가 그대로 들어 있는 최승은의 시 하나하나는 그래서 읽을 때마다 한 편의 드라마나 한 컷의 장면이 그대로 그려진다. 남편과의 말다툼을 그린 「일심똥체」, 딸아이에게 아줌마의 모습으로서 핀잔을 듣는 「엄마 please」, 주부로서의 주체와 자아를 확립해가는 「내 책은 내가 산다」 등 아줌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감정들을 시로써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