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백야

  • 자 :박상우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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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젖어 몸통으로 들러붙는 남방을 쿨렁하게 들어올리고 나서 나는 좌우로 이어져나간 즐비한 상가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원하는 간판을 쉽사리 찾아낼 만한 규모가 전혀 아니란 걸 대뜸 알 수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대로와 인도를 따라 크고 작은 건물들이 백 미터 이상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십 개는 좋이 될 것 같았지만, 지은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 건물들의 외관이 한결같이 세련되고 산뜻해 보였다.



결국 백야를 찾는 일이 우령상가를 찾는 일이고, 우령상가를 찾는 일이 백야를 찾는 일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해서 별다른 망설임 없이 선 위치에서 훨씬 가깝게 보이는 위쪽으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헛짚어 되돌아오느니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가며 전체를 찬찬히 훑어보리라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합리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말하자면 그게 내 방식이었다.



쓰펄, 민주화가 되니까 이젠 무더위가 인권을 유린하누만.

몸통으로 달라붙는 남방을 다시 한번 쿨렁하게 들어올리며 나는 열흘 전에 지상에서 사라진 이상한 이름의 출판사 사장, 그가 남긴 기막힌 명언을 떠올렸다. 〈인권을 유린하는 1994년 여름의 무더위〉―할 수 있다면 세계 명언집에라도 올려주고 싶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조 없게도 단 하루만에 그는 그 말을 번복하며 출판사의 파산을 선고해 버렸다. 무더위가 아니라 저질스런 대중문화에 한 시대의 양식(良識)이 유린당했다며 눈물을 머금고 출판을 포기하노라 비장한 선언을 한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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