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그 여행에 대해 썩 내키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그와 함께 하는 여행하는 것을 내가 꺼려 했다는 뜻으로 한 말이 아니다. 사실을 말하면, 우리들의 출발은 여행이라고, 그 자유와 여유가 물씬 묻어 나는 낱말을 빌려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도망이라고 말해야 적절할 우리들의 그 행위에 대해 굳이 여행 운운한 것은 그의 습관적인 언어 사용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는 남들이 모두 도망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굳이 여행이라고 고집해 온 터였다. 따라서 그는 자신을 도망자라고 하지 않고 항상 여행자라고 불렀다. 그 패기만만한 여행자와의 동행은, 미리 말했지만 이제 내게는 그리 거북스러운 행위는 아니었다. 마음 한쪽에서는 오히려 그와 보조를 같이하는 데 대한 은밀한 만족감을 챙기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