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 동아일보 2000 당선작

바늘 - 동아일보 2000 당선작

  • 자 :천운영
  • 출판사 :eBook21.com
  • 출판년 :0000-00-00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 대출 0/5 예약 0 누적대출 0 추천 0
  • 지원단말기 :PC/전용단말기
  • 신고하기
  • 대출하기 추천하기 찜하기

'소름끼치도록 날카로운 묘사가 빛나는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부분 수상작.'

추한 외모에 말이 없는 여자에게 찾아온 남자들은 문신으로 수놓아진다. 육체에 남을 그 심볼로 인해 그들은 자신감을 되찾고 당당해진다. 문신 바늘은 언제나 생의 한귀퉁이를 꿰매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여자를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를 화장실에 던져 죽이고, 전쟁박물관에 가며, 피가 배어나올 것 같은 고기를 하얀 쌀밥과 함께 먹는 문신사. 한땀 한땀 육체 위를 걷는 바늘은 그녀의 생에 있어 찰나이며 영원이다.





살에 꽂는 첫 땀. 나는 이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숨을 죽이고 살갗에 첫 땀을 뜨면 순간적으로 그 틈에 피가 맺힌다. 우리는 그것을 첫이슬이라고 부른다. 첫이슬이 맺힘과 동시에 명주실이 품고 있던 잉크가 바늘을 따라 내려온다. 붉은색 잉크는 바늘 끝에 이르러 살갗에 난 작은 틈 속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마치 머리 속에서 맴돌던 말들이 입 밖으로 시원하게 나와 주는 듯한 기분. 바늘땀을 뜰 때에 나는 더 이상 말더듬이가 아니다.



거즈로 피를 찍어내고 잉크의 농도를 확인한다. 일단 첫 땀이 성공적으로 떠지는 것을 확인하면 그때부터 내 손은 빨라지기 시작한다. 속도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고른 색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명주실에 묻은 잉크 양을 조절하며 거미에게 살을 심어 준다. 거미는 어느새 붉은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 살을 뼈로 감쌀 차례이다. 거미는 인간과 달리 뼈가 밖으로 나와 있는 셈이다. 그것을 외골격이라 하지만 나는 단단한 피부라고 생각한다. 인디아 잉크와 징크 옥사이드로 외피를 완성한다. 크롬 그린이 합류되며 거미는 이제 완벽한 외골격을 갖춘다.



- 본문 중에서
지원단말기

PC : Window 7 OS 이상

스마트기기 : IOS 8.0 이상, Android 4.1 이상
  (play store 또는 app store를 통해 이용 가능)

전용단말기 : B-815, B-612만 지원 됩니다.
★찜 하기를 선택하면 ‘찜 한 도서’ 목록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