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의 전성시대'이다. 이미 여러 장르 즉 음악, 미술, 영화는 막론하고 음식문화나 TV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퓨전은 하나의 중요한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 문화의 한 경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런 현상을 받아들였다. 만화와 소설의 형식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 '노블 코믹'의 탄생을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 것은 저자 D라는 독특한 인물의 역할이 크다.
그녀는 처녀작 『판타스틱 사일런트』로 자신의 독특한 일러스트 기법과 분위기로 데뷔한 이후 여러 잡지에 노블 코믹 형식을 부분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 여섯 작품을 한 데 묶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 『엔젤 미트 파이』다. 그 이후 본격적인 노블 코믹 장르인 『키구루미』(2004년 11월 한국 출간 예정)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 확호나 위치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림이 학습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문자보다 훨씬 더 우수한 매체라고 말했다. 이런 그림 매체의 우수성과 소설이라는 장르의 진중함을 잘 조합해서 탄생한 이 장르는 어찌 보면 괴기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특히 이 책에 나온 작품들 속의 글들은 소설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해서 더욱더 괴상하고 독특한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