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옛 애인들과 관계된 물건을 정리하기로 했다. 원래는 평생을 간직하려고 모아두었던 것들이었다. 물론 옛 애인들에게 못 잊을 감정이 남아서는 아니었다. 어떻게 헤어졌든지 간에 그들과 보낸 시간도 내 삶의 한 부분이니 그들에 대한 지금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추억으로서의 자격은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추억은 기억의 편린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형태를 가진 물건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결혼을 하려고 보니 그 물건들이 마음에 걸렸다. 신혼집에 옛 애인의 추억을 가지고 간다는 건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좋은 일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도 없을 친정에 두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것들을 없애기로 했다. 사진과 편지는 태우고, 태울 수 없는 물건들은 따로 골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