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언어 철학과 문예비평, 특유의 역사철학으로 현대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발터 벤야민. 그러나 이런 지명도와 현대의 미학과 예술비평, 문화 분석에서 차지하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작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 약 두 달간 모스크바에 머물며 쓴 일기를 엮은 것으로, 그의 다른 저작과 달리 전혀 검열되지 않은 벤야민의 생생하고 솔직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아샤 라시스에 대한 감정, 지인들에게서 받은 인상, 아샤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들에 대한 질투와 좌절, 공산당 가입과 사회주의에 대한 고민, 심지어는 모스크바의 추위에 대한 불평까지도, 두 달간의 모스크바 체류를 시시콜콜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벤야민의 사상이 마르크스주의적 관심으로 옮아가던 중요한 전환점에서 이 일기가 쓰여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