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를 다치바나로 만든 여행들에 관한 기록. 문명과 사회에서 고립된 무인도를 시작으로 하여 현대 도시문명의 첨단이라 할 뉴욕 맨해튼까지, 최고급 와인의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카브(지하의 와인 저장고)에서 자살 폭탄 테러의 현장인 팔레스타인까지, 에이즈가 휩쓴 뉴욕의 황량한 풍경에서 8세기의 종교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아토스 반도의 그리스정교 예배당까지, 그는 자신의 수십 년 여행 경험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다양한 여행에서 얻은 저자의 지적, 정서적 통찰은 깊고 넓다. 개기일식의 신비한 고요 속에서 그는 ‘우주 내의 존재로서의 자신’을 몸으로 느끼며,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 산지와 유럽 각국의 유명 치즈 산지에서는 문화의 풍요라는 것에 대해 성찰한다. 저자가 ‘뉴욕의 전성기’로 묘사한 1981년 맨해튼의 화려한 전면과 암울한 이면을 읽는 일도, 이를 에이즈가 창궐한 1987년의 뉴욕을 묘사한 글과 비교해 읽는 일도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