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

지배자

  • 자 :강병철
  • 출판사 :고이북
  • 출판년 :2005-06-26
  • 공급사 :(주)북토피아 (20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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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단말기 :PC/전용단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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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과 중편을 모아서 작품집을 만듭니다.



오래 전에 호랑이를 사냥한 적이 있다. 왜 내가 이제 와서 이 이야기를 들추어내는지는 알 수 없다. 세월의 먼지로 이 비밀을 덮지 못하고 고백을 하는 이유는 신만이 알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마음속에 무언가를 끝끝내 숨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 어떤이가 불새를 보고서 그 황홀함을 이야기하지 않고 가슴 속에 묻어 둘 수 있을까? 누구든지 무언가를 경험하면 떠들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한 현인이 말했다. 자신의 입에서 화가 시작된다고 … ….



나는 소년시절을 거의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지냈다. 구름에 휩싸인 채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단장하는 2000여 미터에 달하는 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개천의 한 갈래가 우리마을을 가로질러 바다로 향하였다. 어머니는 내게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하나 들려 주었다. 밤하늘에 은가루처럼 흩어져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면서 그 신화에 감탄했으나 학교에서 별들을 공부하면서 이내 그것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고 저으기 실망하였다. 아버지는 집에서 소일하면서 사냥을 즐겼는데 왜 사회로의 진출을 포기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서 사냥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였다. 여러 곤충과 약초들을 아버지는 내게 일일이 알려주었고 나는..신기해 하며 여러가지를 즐겁게 익혀나갔다. 노을지는 호숫가에서 갈대를 박차고 일제히 날아오르는 천둥오리 떼를 바라보는 것을 참 즐거운 일이었다. 기암이 흩어진 계곡을 지나서 불을 피워 젖은 옷을 말리고, 나무열매를 따고 그 상쾌한 아침공기를 들여 마시는 기쁨을 나는 곧 배워버렸던 것이다.

항상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아버지의 총에 맞은 꿩을 주워들었을 때 그 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조심스럽게 그 꿩을 들여 올렸을 때 아버지가 거칠게 꿩을 뺏은 다음 목을 비틀어 버렸다.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무섭게 보이고 야속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나의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는 노을에 물든 아버지의 얼굴은 매우 침통해 보이였다. 나는 눈에 눈물이 자꾸 괴어서 멀찍이 뒤따랐다. 한참을 말없이 걸어가다가 아버지는 멈춰 섰다. 내가 아버지 옆에까지 걸어가서야 같이 걸어갔다. 아버지는 나직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자연이란 엄격해서 때로는 잔인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네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 생명체란다. 물을 빼고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다른 생명체의 고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였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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