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탐험가 소유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백수생활백서>에 더 이상 '책 읽어주는 여자'는 없다. 다만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는'화자, '책 먹는 여자'서연이 있을 뿐이다. '책 읽어주는 여자'에서 진일보한 '책 읽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서연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 '나는 희망이 없다. 아니, 있긴 있으나 단순하다. 그러므로 두려울 것이 없다. 나는 잃을 것이 거의 없다. 나는 가볍고 의미 없고 비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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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그리고 영화와 인생을 이야기한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조경란은 '소설가라면 누구나 이십 대에 한번쯤 쓰고 싶어 했을 청춘소설'이라 말한다. '나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깊이 있는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아주 잘 읽힌다는 장점을 지닌 <백수생활백서>는 소설의 포괄성과 유연성을 하나의 그릇에 잘 버무려놓은 수작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