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내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낸다고 했을 때
몇몇 지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시 써서 밥 먹고 살 수 있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시를 써서 밥 먹고 살 수 있는가?
나는 밥을 위해 시를 쓰는가?
역시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를 쓰는 사람에게 시는
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단, 시다운 시가 밥이 되어야 한다.
나의 시는 무엇인가?
나의 시는 밥도 되지 못하는 시이다.
나의 시는 시다운 시인가?
그것도 자신이 없다.
밥도 되지 못하고 자신도 없는 시를
왜 쓰는가?
그냥 쓴다. 쓰고 싶어서 쓴다.
신(神) 내린 무당이 신을 받지 않으면
현대 과학이나 의학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병증(病症)에 시달리듯이
내게 있어서 시는 그런 것이다.
나의 시들이 하나의 시집(詩集)으로 엮어질 때
나는 독자들께 죄스럽다.
언제쯤 나는 이런 죄스러움을 벗어던지고
독자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