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은 비행기의 꽃이 아닙니다
“승무원? 그냥 밥 주고 물 주는 직업 아니야?”
“솔직히 승무원 뽑을 때 예쁜 거 보고 뽑는 것 아닌가.”
“TV에서는 스튜어디스가 상냥하게 짐도 올려주던데, 여기 승무원들은 왜 이래?”
‘어리고’ ‘예쁜’ 여자가 등장하는 스튜어디스 이야기는 많다. 영화나 드라마부터 화장품 광고까지, 이런 이야기 안에서 스튜어디스는 ‘미소 천사’나 ‘비행기의 꽃’으로 쉽게 미화된다. 그만큼 승무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편견을 가진 승객들도 적지 않다.
《빨강머리 승무원》은 미디어가 만들어 내고 항공사가 강화하는 이런 승무원 이미지를 조금 삐딱하고 유머러스하게 바라본다. 작가는 안경을 쓰지 못하고, 매니큐어를 바르고, 주머니 없는 치마를 입어야 하는 항공사의 규정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그 밖에도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도 만화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어째서 내 콜라는 오지 않을까?”
“승무원은 뭐라고 불어야 할까? 언니? 아가씨? 저기요?”
“그러고 보니 왜 남자 승무원은 눈에 띄지 않을까?”
승무원을 둘러싼 질문에 대한 대답과 그 뒤에 가려진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때때로 우리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또 승무원들이 직업에 대해 만족감과 회의감을 느끼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과 ‘하늘을 부유하는 잠수함’ 안에서 일어나는 감동적인 일화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런 뒷이야기뿐만 아니라, ‘승무원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는 이유로 말할 수 없었던 작가 자신의 진솔한 생각과 고민을 담고 있다.